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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말투/기관목인 판타지

11_사람이 지은 돈

기관목인 판타지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다

돈이 있으라 하니, 돈이 있었다


명목화폐(名目貨幣)

물건이 가진 실질적 가치와는 관계없이, 표시되어 있는 화폐 단위로 통용되는 화폐. 지폐, 은행권, 보조 화폐 따위를 이른다.


피아트 머니는 '있으라고 한' 돈을 가리킨다.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듯, '누군가' 돈을 창조했다. 그 '누군가', 누구는 정부라고도 하고, 누구는 은행이라고도 한다. '피아트 머니'라는 말은 돈의 근원, 돈의 뿌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돈이 만들어지는 뿌리이다. 우리는 이 말을 '명목화폐'라는 말로 바꾸어 부른다. 명목(名目)은 '이름'이다. 사전의 풀이는 '명목과 실질'을 마주 세운다. '명목의 가치'와 '실질의 가치'를 가린다. 언해불전은 본질(本質)이란 말을 '믿얼굴'이라고 새긴다. 실질(實質)이란 말은 '진실의 얼굴'이다. 돈의 몸이고 값의 살이다. '명목과 실질'의 짝은 '이름과 얼굴'의 짝이다. 얼굴을 가진 돈도 있지만, 얼굴 없이 이름만을 가진 돈도 있다. 피아트 머니와 명목화폐, 돈을 바라 보는 관점이 다르다. 피아트 머니는 '두다', 또는 '짓다', 동사를 바라본다. 행위를 바라본다. 이에 비해 명목화폐는 '값'을 바라 본다. 값의 이름과 얼굴을 가린다. 피아트 머니는 돈의 원인을 바라본다. 돈이 지어지는 원인이다. 이에 비해 명목화폐는 돈의 결과를 바라본다. 돈에 담긴 값이다.

'불환(不換)'이란 말도 쓴다. '바꾸어 주지 않는'이란 말이다. 돈에 적힌 '이름의 값'을 '진실의 값'으로 바꾸어 주지 않는다. 피아트 머니는 '있으라고 한 돈'이다. 우리의 한자말투, 이 말을 ''이름의 돈', 또는 '바꾸어 주지 않는 돈'이라고 부른다. 똑 같이 서양에서 들어 온 말이고 돈이다. 그런데 한자말로 바꾸면서 말투가 바뀌었다. 그래서 헷갈린다. 이런 말투도 '누군가 부른' 말투이다. '누군가 지은' 행위이다.

실정법(實定法)

경험적ㆍ역사적 사실에 의하여 성립되고, 현실적인 제도로서 시행되고 있는 법. 입법 기관의 입법 작용이나 사회적 관습 또는 법원의 판례 따위에서 볼 수 있다.


실정법이란 말도 서양에서 들어 온 법이고, 말이다. 이 말은 자연법(自然法)과 짝을 이룬다. 이 말은 포지티브 로(Positive Law)를 한자말로 번역한 말이다. '피아트'란 말이 동사이 듯, '포짓(posit)'이란 말도 동사이다. '두다', '두게 하다', 뜻도 비슷하다. '포지티브 로'는 '누군가 둔' 법이다. 누군가 지은 법이다. 누구는 정부라고도 하고, 누구는 의회라고도 한다. '피아트 머니'나 '포지티브 로', 둘 다 그럴만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있게 한', '지어 낸 것'이다. 둘 다 '그 것'의 근원 또는 뿌리를 바라보는 말투이다.

'누군가 둔 법', '누군가 있게 한 법', 보통은 그 '누군가'를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연법과 실정법'의 짝, 서양의 사전은 '포지티브 로'를 'Man-Made', '사람이 지은 법'이라고 풀이한다. '사람이 둔', '사람이 지은' 것이다. 실정법이란 한자말도 명목화폐란 말처럼 '법의 얼굴'을 바라 본다. '역사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고, 현실에 시행되는 법'이라고 한다. '포지티브'란 말이 원인이었다면, '실정'이란 말은 결과가 된다. 피아트와 포지티브, 말투가 닮았다. 이를 한자말로 번역하고 풀이하는 말투도 닮았다. 그런데 서양의 말을 번역한 한자말, 뻔한 말도 어렵게 만든다. 헷갈리게 만든다.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人工知能)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 시스템, 자연 언어의 이해, 음성 번역, 로봇 공학, 인공 시각, 문제 해결, 학습과 지식 획득, 인지 과학 따위에 응용한다. 에이아이(AI).


'아티피셜(artificial)'이란 말을 '인공(人工)'이라고 새긴다. 이 말은 번득하다. 훨씬 쉽다. 사람이 둔 것, 사람이 지은 것이다. 피아트 머니, 포지티브 로, AI, 말의 뜻은 다 같다. '사람이 지은 것'이다. 사람이 만든 돈이다. 사람이 만든 법이다. 사람이 만든 지능이다. 이런 말투는 다 만들어진 것의 뿌리, 만든 그 '누군가'를 가리킨다. 한자말로 번역한 말투, 이런 뻔한 뜻을 살짝 뒤튼달까, 꼰달까, 하여간 관점을 바꾸어 놓았다. 이게 참 고약하다.

'사람이 만든', 이 말을 앞세우는 까닭은 분명하다. 이 말투는 '신(神)이 만든'으로부터 '사람이 만든'을 가리기 위해 나온 말투였다. 하나님이 만든 것도 있지만, 사람이 만든 것도 있다. 만든 누군가가 다르면 만들어진 결과도 달라야 한다. 뻔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자연법과 실정법의 차이, 자연이 만든 법과 사람이 만든 법의 차이이다. 자연이 만든 법, 이 말의 뿌리도 '신이 만든 법'이다. 서양 사람들은 'divine'이란 말을 쓴다. '신의', 또는 '신성한'이다. 신이 만든 법은 신성한 법이다. 이에 비해 사람이 만든 법은 당연 신성하지 않다. '신이 만든 법', 또는 '자연이 만든 법', 사람들은 이걸 좀 비틀기도 한다. '이성(理性)의 빛'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신의 이치일 수도 있고, 하늘의 이치일 수도 있고 자연의 이치일 수도 있다. 이치를 신성과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모토라는 '숫자의 힘'이란 말이 그렇다. 숫자의 힘은 이성의 힘이다. 신성과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버금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비트코인도 물론 사람이 만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 '숫자의 힘'을 따랐다. 그 사람은 사람일까, 신일까?

환화공신(幻化空身)이 즉법신(卽法身)이니

곡도같이 된 빈 몸이, 곧 법신(法身)이니


'곡도같이 된 몸', '곡도'는 비유이다. 이 말도 '누군가'를 가리킨다. '환사(幻師)'이다. 연금술사가 환단의 약을 가지고 점철성금(點鐵成金), 쇠를 찍으면 금이 된다. '곡도같이 된 금'이다. 없던 금이 생겨났다. 그래서 '빈 금'이고 '거짓의 금'이다. 기관목인 판타지, 괴뢰와 곡도의 말투는 다 이걸 가리킨다. '있으라 하니 있게 된' 까닭을 가리킨다. 곡도의 비유는 모두 사람을 가리킨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대'를 바로 가리킨다. 쇠를 찍으면 금이 되듯, 그대도 뭔가를 찍고 있고,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그대가 지은 것, 사람이 지은 것, 모두가 '곡도같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 것이 이 말투의 믿얼굴이다.

절학무위(絶學無爲) 한도인(閑道人)은

배움 그쳐 하욤없은 겨르로운 도인은


언해불전은 위(爲)라는 글자를 '하욤'이라고 새긴다. '하염'의 옛말이다. 인위(人爲)는 사람의 하욤이다. 유위(有爲)는 '하욤 있음'이다. 이에 비해 무위(無爲)는 '하욤 없음'이다. 자연법과 실정법을 가르듯, 언해불전은 유위법과 무위법, '하염있는 법'과 '하염없는 법'을 가린다. 하염은 물론 사람의 하염이다. 하늘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자연도 아니다. 사람의 하욤, 사람이 지은 것은 모두가 '곡도같이 된' 것이다. 곡도의 비유는 '지은 누군가', '지어진 까닭', 원인과 뿌리를 가리킨다. 곡도의 비유는 그 뿌리를 관찰, '보아 살피라'는 말이다. 나무토막이나 기와조각으로 코끼리의 몸이나 말의 몸을 짓는다. 나무토막의 '있음'과 코끼리의 '있음', 당연히 다르다. 이건 '자연으로 된 몸'과 '곡도로 된 몸'의 차이이다. 사람이 지은 하욤 있는 법, 유위법은 모두가 다 곡도같이 된 법이다. 있지도 않지만 없지도 않다.

블록체인 기술은 '건축술', 비트코인은 '집'이에요.

근데 그 집을 처음에는 마을회관 하라고 지었는데, 지어놓고 보니 도박장이 돼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도박장을 규제를 하려고 하니까, 건축을 탄압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지금.


기술은 누가 세웠고, 집은 또 누가 지었나? 블록체인의 하이테크, 숫자의 힘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수학과 과학의 힘, 이성의 빛을 들어 신성(神性)을 빌꾸는 이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의, 1%가 독점하는 피아트 머니를 뛰어 넘을 유일한 묘수라고 카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블록체인도 비트코인도 사람이 지은 것이다. 기관목인 판타지, 언해불전 곡도의 말투를 따르자면, 사람의 하욤은 모두가 곡도이다. 곡도의 사람이 된 몸은 다시 곡도를 짓는다. 찍으면 새로운 몸이 생긴다. 마을회관도 짓고, 도박장도 짓는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신성함은 없다. 정부건 은행이건, 소수의 사람이 만든 것, 소수의 사람이 독점해야 할 까닭도 없다. 곡도의 몸으로 빌어 이익을 챙긴다면 다 사기꾼이고 도둑놈이다.

가면 이는 천 입이 적음을 츠기 여기고

가난한 이는 한 몸이 함을 애와티니라


환암혼수(幻菴混修, 1320~1392)가 묻고, 목은이색(牧隱李穡)이 지은 환암기(幻菴記), 곡도로 세우고, 곡도를 얹어 이은 곡도의 집이다. 환암은 단멸이 아니라고 한다. 곡도에도 이익이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은 환단(還丹), 신선의 약은 아니다. 그래도 비트코인을 빌꾸어 피아트 머니를 반성할 수는 있다. 반성할 수 있다면 도박장을 열지도 않을 것이다. 거짓으로 속이고 남의 돈을 뺐지도 않을 것이다. 적어도 곡도의 거짓에 속아 넘어 가지는 않을 것이다. 환암이라는 이름, 그 이름을 건 사람이 하고 싶었던 말, '속이지 말자, 속지 말자', 이게 전부다. 천 입도 적다는 자, 저런 자들은 꼭 막아야 한다. 비트코인의 이익은 어떨까? 그대의 나맟은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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