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아니 보는가
이 어떤 낯인고
여겨 따지고 사량(思量)하면, 어지러운 뫼에 가리리
이로부터 조계의, 문 밖의 구절
옛같이 흘러지어, 인간(人間)을 향하리
조계(曹溪)는 당(唐) 의봉(儀鳳 676-679) 중에 조숙량(曹叔良)이라는 한 손이 육조(六祖) 대사(大師)께 땅을 받자와 사시게 하나, 그 땅이 두 봉우리와 큰 내가 있더니, 조숙량의 성을 인하여 이를 조계(曹溪)라 하니라.
‘이 어떤 낯인고’라 함은, 묻는 것의 면목(面目)이라, 사(師)가 모든 사람에게 가르쳐 물어 이르시기를, ‘보는가, 못보는가, 이 어떤 면목인고?’라 하시니, 하다가 상근(上根) 대지(大智)라면 이르심을 갓 듣고 곧 낙처(落處)를 알려니와, 중하(中下)의 사람은 여겨 의론(議論)함을 면치 못하리니, 이로부터 난산(亂山)이 격(隔)하여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르시길 의의사량(擬議思量)하면 난산(亂山)이 격하리라 하시니라.
영가(永嘉)가 조계(曹溪)에 가서 하루 밤을 자고, 문 밖의 이 구절을 불러 내시니, 이 구절을 불러 내심은 사람이 알게코자 하심이다. 하다가 여겨 의론하여 뫼가 가리면 이 한 구절이 옛 같이 흘러지어 인간에 향하리라 하시니라.
'세종과 함께 읽는 > 道를 證한 노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5_밝음없는 실한 성이 (0) | 2018.05.25 |
---|---|
004_01 망상이 뭐길래 (0) | 2018.05.24 |
001_도(道) 증(證)한 노래는 (0) | 2018.05.22 |
004_망상(妄想) 덜지 않으며 (0) | 2018.05.22 |
003_배움 그쳐 하염없는 겨르로운 도인은 (0) | 2018.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