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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천강, 평등과 자유의 열쇠/자유

3.6 제 얼굴의 제쥬변


이 세계는 본래 제 맑고 평(平)하여

다스림과 어지러움이 다 없거니

무엇을 슬퍼하며 무엇을 기뻐하리

오직 한 무적 허공이 오며 감이

제쥬변할 따름이라


자유경자유(自由更自由)하니

한망(閑忙)이 공일시(共一時)로다


쥬변답고 또 쥬변되니

겨르로우며 바쁨이 다 한 끠로다


언해불전에 평등이란 말도 많지만, 자유라는 말도 어지간히 많다. ‘제쥬변’이라고 새긴다. ‘쥬변하다’, ‘쥬변답다’ 용언으로도 쓴다. 뜻으로 보아도 요즘의 ‘자유롭다’, 또는 ‘자유자재하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변, 「명사」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함. 또는 그런 재주.


요즘도 주변 또는 주변머리라는 말은 자주 쓴다. 국어사전도 이 말이 『월인석보』의 ‘쥬변’에서 왔다고 한다. 주선(周旋)과 변통(變通)이라니, 이 풀이를 따르자면 한자말의 주변(周變)이라고 읽는 것 같다. 어쨌건 일 처리를 자유자재, 능숙하게 잘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리버티나 프리덤 같은 뜻보다는, 역시 솜씨나 재주가 아주 좋다는 뜻에 가깝다. ‘제닷’처럼 까닭이나 원인의 뜻을 담기는 어렵다.

한 사람이 그 가운데 일을 홀로 쥬변하니라


‘홀로 쥬변’, 독천(獨擅)을 이렇게 새겼다. 독점이나 독단을 가리킨다. 혼자 가졌기 때문에 혼자 짓고 혼자 결정한다. 밖으로부터 달리 남의 손을 빌 까닭이 없다. 제 뜻대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자유(自由)란 말이 오래 되었다지만, 불교에서 주로 쓰던 말이다. 후대로 갈수록 유학의 선비들도 즐겨 쓰는 말이 되었다. 17세기 『어록해(語錄解)』는 선비들이 만든 속어 사전이다. 송나라 성리학의 백화체 글을 읽고 가르치기 위해 만든 사전이다. 여기서도 자유는 ‘제 쥬변’이고, ‘제 마음대로’이다.

자유는 분명 ‘제쥬변’이다. 뜻이야 분명한데, 솔직히 나는 이 말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말의 쓰임새나 성격으로 보아 한자말이 우리말로 굳어진 것 같기는 하다. 국어사전의 풀이는 ‘주선이나 변통’이다. 하지만 언해불전의 말투를 비교해 보면 주변(周徧)이나 주변(周遍)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발음이 같다. 요즘의 발음으로도 변과 편을 섞어 쓴다. 언해불전은 이 두 말을 모두 ‘변’이라고 읽는다. 말하자면 한자말에 달린 발음기호이다. 쥬변이다. 그리고 ‘두루 펴다’ 또는 ‘두루 가득하다’라는 말로 뜻을 새긴다. 이 말은 ‘본자구족(本自具足)’ 곧 ‘본래 제 갖추어’란 뜻을 갖고 있다. ‘본래 제 뒷논’이라고 새긴다. 제 안에 원인을 이미 충분히 갖추어 가지고 있다. 이럴 때 쓰는 글자가 원(圓)이다. ‘두렷하다’고 한다. 쥬변이 주변(周徧)이나 주변(周遍)이라면, 자유(自由)는 ‘제 두렷’이 된다.

각하선단아자유(脚下線斷我自由)

담박에 줄 끊으니, 나는 자유


줄에 매어 있으면 괴뢰이다. 곡도이다. 그에 비해 줄을 끊으면 자유이다. 제쥬변이다. 내 몸이 줄에 매어 있다면, 내 몸 밖의 누군가가 내 몸을 조종한다. 잡고 놓는다. 내 몸의 움직임, 원인이 내 몸 밖에 있다. 내 몸의 살혬도 줄에 걸린다. 줄을 끊으면 밖의 원인이 사라진다. 내 몸의 원인은 오로지 내 몸 안에 있다. 내가 가진 것, 내 몸이 원인이다. 내가 정하고 내가 쓴다. 이게 제쥬변의 뜻이다. 제닷, 제가 원인이기 때문에 제 뜻대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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