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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함께 읽는/道를 證한 노래는

007_01 조할시라, 세종의 추임새

증도가 현각의 노래

지(智)가 진경(眞境)에 어울어 법(法)이 다 몸이 될새, 이르되 법신(法身)이라


법신(法身)은 '법으로 된' 몸이다. 이 말은 '곡도로 된' 몸과 짝을 이룬다. 타고난 육신(肉身)은 고기로 된 몸이다. 자연의 몸이다. 중생은 고기로 된 몸을 곡도로 된 몸으로 바꾼다. 곡도로 된 몸은 속이 텅 비었다. '빈 몸'이다. 텅 빈 몸이 곡도같은 몸이 되듯, 텅 빈 몸이 법같은 몸도 된다. 두 몸의 얼굴, 두 몸의 본질은 똑 같다. 다만 그 몸을 바라 보는 눈이 다를 뿐이다. '지(智)가 진경(眞境)에 어울어', 언해불전은 이걸 '아롬'이라고 부른다. 고기의 몸을 빼고 나면, 텅 비었다. 그걸 알면 법이 몸이 된다. 법으로 된 몸은 텅 빈 몸이다. 일물(一物)을 '한 것'이라고 새긴다. '한 것도 없다.' 이런 말투도 참 시원하다. 요즘엔 '한 물건'이라 부른다. '곡도로 된 몸'이나, '법으로 된 몸', 모두가 중생들이 '하욤', 위(爲)로 지어낸 몸이다. 조작한 몸, '된 몸'이다. '된 몸'은 '빈 몸'이다. 그게 '된 몸'의 얼굴이다. 그러니 '한 것'도 없다. '하욤'이 없어, '한 것'도 없다. 이것은 영가의 노래이다.

맑음이 갠 허공에, 한점의 하(霞)도 없음 같도다

인(因)하야 영산(靈山)의, 그 날의 일을 생각하야

대 막대 잡고 봄 길에, 잔화(殘花)를 밟오라


하염없어 겨르로운 늙은이의 노래, 그 아래에 남명이 제 노래를 이어 불렀다. 티 하나 없는 맑은 허공을 노래한다. '영산(靈山)의 그 날'은 열반회상(涅槃會上)의 그 날이다. 부처는 꽃을 들었고 가섭은 웃음 마지 않았다. 남명은 영가의 노래에서 부처와 가섭을 생각한다. 하염없고 겨르로운 도인, 대막대 잡고 봄 길에, 하마 없어가는 꽃을 밟는다. 한 것도 없다니, 이런 노래라도 불러야지. 그래도 자칫하다간 사족이 되고 만다.

넷째 구(句)는 눈에 보는 일용(日用)의 평상(平常)한 일이니, 탈쇄구(脫洒句)로야 영산(靈山) 당일사(當日事)를 어루 잡아 이를지니라.


이것은 세종의, 언해의 노래이다. '하염없어 겨르로운' 늙은이의 일상, 그래도 봄은 오고 간다. 그래도 꽃은 피고 진다. '하마'는 '이미'의 옛말이다. '어루'는 '가(可)'의 옛말이다.

복우(伏牛)가 대중에게 보였다.

마음이 곧 부처라 한 것은, 병(病)도 없는데, 병을 찾는 구절이다.

마음도 부처도 아니라 한 것은, 약과 병이 서로 다스리는 구절이다.

한 스님이 나서서 물었다.

어떤 것이 탈쇄구(脫洒句)입니까?

스님이 일렀다.

복우산 아래, 고금에 전해 온다.


'한 것도 없는' 몸, '한 점의 하(霞)도 없는 맑은 허공', 언해는 탈쇄(脫洒)라고 이어 부른다. 그리고 다만 '조할시라'고 새기고 만다. 이건 세종의 노래이고, 언해의 말투이다. 이게 또 만만치 않다. 여기서도 언해는 『증도가사실』을 무시한다. 그리고는 『선문염송』의 구절을 끌어 온다. 언해의 말투, 본색을 드러낸다. 이 말투는 언해의 전편으로 이어진다. 한문으로 쓰인 불교책, 특히 선사들의 말투를 읽는 언해의 '투'이다. 언해불전은 이 투로 읽어야 제 맛이다.

즉심즉불(即心即佛) 마음이 곧 부처

비심비불(非心非佛) 마음도 부처도 아니다

불시심, 불시불, 불시물(不是心, 不是佛, 不是物)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한 것도 아니다.


'법신을 알고', 또는 '한 것도 없고', 그래서 한점의 하(霞)도 없는 맑은 허공, 과연 '조할시라!', 복우(伏牛, 741-821)는 마조도일(馬祖道一)의 제자였다. 선불교를 완성했다는 큰스님이다. 탈쇄구(脫洒句)는 복우의 말투였다. 그는 이 말투를 마조로부터 들었다. 저 세 구절, 탈쇄구(脫洒句)의 사연은 길다. 긴 이야기는 따로 읽는 편이 좋겠다. '조할시라', 세종의 추임새랄까, 그 맛을 즐기는 게 우선이다. 이럴 때, 그대의 추임새는 또 어떨까?

증도가, 그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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