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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함께 읽는/道를 證한 노래는

006_02 된 몸과 빈 몸

증도가 현각의 노래

전왈(傳曰) 지명진경(智冥眞境) 진법위신(盡法爲身) 고왈법신(故曰法身)

예 이르되, 지(智)가 진경(眞境)에 어울어 법(法)이 다 몸이 될새, 이르되 법신(法身)이라.


곡도가 몸이 되면, 환신(幻身)이다. '곡도의 몸'이다. 환화(幻化), 화(化)한 몸은 화신(化新), '된 몸'이다. 언해의 말투가 이렇다. 기와쪽의 몸이 코끼리의 몸이 된다. 기와쪽의 몸은 실(實)하지만, 코끼리의 몸은 '빈몸'이다. 부모로부터 타고난 육신, 고기의 몸은 실(實)한 몸이다. 고기의 몸이 인연을 만나 변화하면 곡도의 몸이 된다. 곡도로 '된 몸'은 '빈몸'이다. 우리의 몸은 육신이면서 환신이다. '법이 다 몸이 될새', 마찬가지로 법신은 '법으로 된 몸'이다. 이것도 화신, '된 몸'이다. 이것도 육신이 변화하여 된 몸이다.

컴퓨터가 스테이크를 해석해 주는 것이거든. 컴퓨터가 우리 대신에 스테이크를 번역해 주는 거야. 컴퓨터는 다시 만들어 낸다기 보다는 다시 생각하는 거야. 컴퓨터가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가 빠지고 있는 거지.


살.

살이 컴퓨터를 미치게 해야 해.


애기들 볼을 꼬집는 할머니들처럼 말이지. 하지만, 컴퓨터는 미치지 않아. 아직은 아니야. 살, 닭고기, 스테이크 때문에 미치는 것까지는 아직 컴퓨터에게 가르치지 않았거든. 지금서부터 그걸 가르쳐야겠어.


SF 영화 ‘더플라이(The Fly)’의 장면이다. 스테이크 한 조각을 반으로 쪼갠다. 한 쪽은 두고, 한 쪽은 텔리포트로 옮긴다. 두 쪽을 구워 맛을 견준다. 한 쪽은 시장에서 사온 고기이다. 다른 한 쪽은 컴퓨터가 해석하고 번역하여 보낸 고기이다. 맛이 다르다. 기와쪽의 몸과 코끼리의 몸, 이런 이야기는 헷갈린다. 그래서 나는 SF를 즐긴다. 컴퓨터가 해석하고 번역하는 사이에 변화가 생긴다. 텔리포트로 보낸 고기는 해석하고 번역하여 '된' 고기이다. 사이버펑크 소설 『뉴로맨서』에는 'data-made flesh'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건 '데이터로 된 살'이다. '데이터로 된 몸'이다. 시장에서 사온 살은 육신, 고기의 살이다. 텔리포트로 옮긴 살은 데이터로 해석되고 번역'된 살'이다. 데이터로 된 살, 곡도로 된 살, 이렇게 알면 쉽다. 그냥 비유나 관념이 아니다. 우리의 살과 몸이 이미 그런 살과 몸이다.

법신이란 말, 영어 사전에서는 'Embodiment of Law'라고 새긴다. 이 말을 다시 우리말로 새기면, '법이 체화(體化)하다', 또는 '육화(肉化)하다'가 된다. '관념이나 추상이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살과 몸으로 변화하는 일'을 가리킨다. 말이 꼬이면 헷갈린다. 불교에서 쓰는 화신(化身)이란 말은 인도에서부터 온 말이다. '아바타'란 영화도 있다. 인도 신의 화신, '된 몸'을 가리킨다. 체화(體化)나 육화(肉化), 헷갈리는 말 쓸 거 없다. '된 몸'이고 '된 살'이다. 컴퓨터이건, 사람이건, 해석되고 번역된 살과 몸이다.

시장에서 사온 고기 조각으로 돌아 가 보자. 그 고기는 텔리포트로 번역된 고기에 견주자면 자연의 고기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고기도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길러진 고기이다. 이 또한 '된 몸'이다. '인연으로 된 몸'이다. 돈을 주고 이 고기를 사다 구워 먹는 나의 몸도 '된 몸'이다. 이 세계에서 길러진 몸이고, 이 세계의 인연에 맞추어 변화한 몸이다. 환화, 또는 화신이란 말은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말이다. 나의 육신은 자연으로 된 몸인 동시에, 인연으로 된 몸이기도 하다. 자연의 몸은 실하다. 피도 있고 살도 있고, 오줌과 똥으로도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인연의 몸은 '빈 몸'이다. '곡도같이 된 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연의 몸 또한 인연으로 변화한다. 다이어트도 하고 성형도 한다. 이른바 문화가 다르면 자연의 몸도 변화한다. 변화한 몸, 된 몸은 빈 몸이다.

자연의 몸과 인연의 몸, 된 몸과 빈몸, 이 차이를 아는 몸이 법신이다. '아롬'을 지(智)와 경(境)으로 나누어 풀었다. 지(智)는 아롬의 주인이고, 경(境)은 아롬의 대상이다. 된 몸과 빈 몸의 차이를 잘 살펴 알면 나의 몸은 법신이 된다. 언해의 우리말투가 이렇다.

증도가, 그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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