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월인천강, 세종의 노래 (상께서) 영순군(永順君) 부(溥)에게 일러, 기생 여덟에게 언문으로 쓰인 노랫말을 주어 부르도록 했다. 곧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었다. 상께서 세종을 그리며 잠잠히 계셨다. 호조판서 노사신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다, 이윽고 눈물을 떨구셨다. 노사신도 엎드려 눈물을 흘리니 좌우의 낯빛이 바뀌었다. 세조 14년(1468) 5월 12일, 실록의 기록이다. 저 임금은 왜 울었을까?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기 때문이다. ‘월인천강의 노래’, 그리운 아버지의 노래, 아들은 이 노래로 아버지를 그린다. 아버지를 기린다. 그리고 넉 달 뒤, 아들도 세상을 떠났다.월인천강의 노래는 세종의 노래였다. 이게 참 희한하다. 희한(稀罕)이란 말은 “드물고 드물다”는 뜻이다. 그렇게 드물어 처음 보는 것, 그..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232 다음